풀은 누워야 산다 - 정태호
풀은 누워야 산다 - 정태호
  • 정다겸 기자
  • 승인 2024.07.10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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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은 누워야 산다 - 정태호

 

풀은 바람 불면 누워야 산다

비를 몰아오는 바람이든 마른 바람이든

바람 불면 누워라

울어도 눕고 울지 않아도 누워야 산다

 

나무야 어차피 꺽일 수 없으니

부러질지언정 누울 수는 없으나

풀은 누워도 아무도 탓하지 않는다

바람보다 빨리 일어나지 않아도 결코

아무도 탓하지 않는다

 

나무는 시들면 뽑힌다

아무리 추워도

비록 잎을 떨궈서라도 살아남아야 한다

꺽일 수 없으니

누울 수 없으니 살아남아야 한다

 

살다가 보면

우는 일도 있고 웃는 일도 있는거다

먼저 울고 늦게 웃는 게 문제 아니다

나무는 나무이고, 풀은 풀이다

바람불면

풀은 누워야 산다

 

정태호 시인

 

 

 

▶정태호 시인 약력

ㆍ1987년 『시와 의식』등단, 백석대 기독교문학 박사과정 수료.

ㆍ국제PEN한국본부 경기지역위원회 회장, 서울시인협회 부회장.

ㆍ한국현대시인협회 이사, 한국경기시인협회 이사

ㆍ시집 『풀은 누워야 산다』 『창세기』 외 3권

ㆍ수필집 『무지의 소치로소이다』

ㆍ주간 한국문학신문 대상, 경기PEN문학대상 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