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혜인 국회의원 정책적 합리성보다 정치 셈법만 남은, 김동연 지사의 민생회복지원금 선별 고집
용혜인 국회의원 정책적 합리성보다 정치 셈법만 남은, 김동연 지사의 민생회복지원금 선별 고집
  • 한상훈
  • 승인 2024.09.15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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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용혜인 의원,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민생회복지원금 자체는 찬성이라고 하면서 선별 지급을 주장하는 이유가 납득되지 않아”
― 용혜인 의원, “어려운 계층에게 더 지원하는 방법이 반드시 일정 이상 상위 소득자를 배제해야만 가능한 것이 아니라는 점부터 지적”
― 용혜인 의원, “고소득자 배제를 굳이 강조하는 것은 단순한 정책기술적 접근이 아닌 선별 그 자체에 대한 김동연 지사의 신념을 반영한 것”
― 용혜인 의원, “실기(失期)의 위험, 국민 사이의 위화감 조성, 소득 역전의 문제 등 김 지사식 선별 ‘비용’은 결코 만만치 않을 것”
― 용혜인 의원, “부자들에게 250만원 감세해주는 것에 대해서는 가만히 있다가, 모두에게 25만원 지급하는 것에 대해서는 목소리를 높이는 것, 김동연 지사의 선별 논리가 이런 정치 현실에 봉사하고 있지는 않은지 돌아봐야 할 것”
― 용혜인 의원, “민주당이 이번 민생회복지원금 추진에 있어서 현실적 고민이 들지 않을 수 없을 테지만, 적어도 선별의 논리마저 답습하는 같은 길을 선택해선 안 될 것”
용혜인국회의원
용혜인국회의원

 

2024912일 목요일, 용혜인 국회의원은 SNS 게시글을 통해 김동연 지사의 민생회복지원금 선별 고집을 비판하는 메시지를 발표하였다.

 

<SNS 게시글 원문>

 

<정책적 합리성보다 정치 셈법만 남은, 김동연 지사의 민생회복지원금 선별 고집>

 

김동연 경기도지사는 어제 11일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민생회복지원금 자체는 처음부터 찬성이었다고 입장을 밝혔습니다. 그럼에도 여전히 민생회복지원금은 하위 70, 80% 정도에 선별 지급할 것을 주장하는 이유가 납득되지 않습니다. “전 국민에게 25만원 지원하는 것보다 어렵고 힘든 계층에게 두텁고 촘촘하게 지원하자는 발언에 대해서는 반론을 제기하고자 합니다.

 

우선, 어려운 계층에게 더 지원하는 방법이 반드시 일정 이상 상위 소득자를 배제해야만 가능한 것이 아니라는 점부터 지적합니다. 이 법안을 주도해왔던 더불어민주당과 이재명 대표는 어려운 계층에게는 더 지급하거나 고소득자에게 덜 지급하는 방안에 대해 열려있다며 이미 수차례 밝혀왔습니다. 그렇기에 김 지사의 선별 고집은 어렵고 힘든 계층에게 두텁고 촘촘하게 지원하는 것이 진짜 목적이라기보단, 상위 소득자 20~30%를 배제하는 것 자체가 중요하다는 것으로 읽힙니다.

 

덧붙여 김 지사는 필요하다면 13조원보다 더 써도 상관이 없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그 말대로 예산 제약성이 큰 문제가 아니라면, 모든 국민에게 지원하면서 어려운 계층에게는 추가 지원하거나 고소득자에게는 덜 지원하는 방법이 얼마든지 가능한 것 아닙니까? 그럼에도 고소득자 배제를 굳이 강조하는 것은 단순한 정책기술적 접근이 아니라, 선별 그 자체에 대한 김 지사의 신념을 반영한다고 해석할 수밖에 없습니다.

 

정치가가 공적 정책의 기조나 원칙에 관해 자신의 신념을 갖는 것은 당연합니다. 아무 문제도 되지 않습니다. 그러나 문제는 오히려 진정한 소신이 무엇인지 흐리는 것입니다.

 

김 지사는 이날 민생회복지원금은 복지가 아니라 경기 활성화 대책이고, 그래서 보편이냐 선별이냐가 쟁점이 아니다고 하였는데 이는 모순입니다. 이러한 비판은 김 지사가 그간 반복해온 선별 우선 주장과 불일치하는 자아 비판인 데다, 정작 이 사안을 굳이 선별-보편 쟁점으로 만들고자 노력해온 건 누구보다도 바로 김 지사 자신이기 때문입니다.

 

윤석열 정부와 국민의힘은 일관되게 민생회복지원금을 낭비성 현금 살포라 비판해왔습니다. 선별이냐 보편이냐는 정부여당과 야당 사이의 대치선이 아니라, 민생회복지원금 지급 방식을 둘러싼 야당 안의 대치선이었습니다. 거기에서 선별을 강조했던 대표 주자가 누구인지는 포털 몇 번 검색해보아도 잘 알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제 와서 선별-보편 쟁점이 아니라고 하니, 국민 입장에서는 김동연 지사의 진정한 소신이 무엇인지 어리둥절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김 지사는 소득 수준에 따른 소비성향의 차이를 선별의 근거로 제시합니다. 한계소비성향이 낮은 고소득층에게 갈 돈을 한계소비성향이 높은 저소득층에게 몰아서 주는 것이 경기 활성화라는 민생회복지원지금의 목적에 부합한다는 것입니다.

 

일견 경제적 상식에 부합하는 주장 같지만, 그 뿐이라면 너무 빈약한 근거입니다. 과연 전 국민에게 지급하는 것과 상위 20%만 제외하고 지급하는 것이 내수 진작 효과에서 얼마나 유의미한 차이가 있을까요? 그 차이가 있다손 치더라도 그편익이 과연 선별의 비용을 넘어설 수 있을까요? 타이밍이 생명인 경기관리 정책에서 때를 놓쳐버리는 실기의 위험, 소득 몇 만 원 차이로 누구는 받고 누구는 못 받는 국민 사이의 위화감 조성, 자본주의 시장경제에서 금기시하는 소득 역전의 문제 등 김 지사식 선별 비용은 결코 만만치 않습니다. 그런데 정작 김 지사는 이에 대해서는 전혀 얘기하지 않았습니다.

 

기획재정부장관 출신 정통 경제 관료 김동연 지사가 이런 기초적인 비용-편익 개념을 저보다 모를 리 없습니다. 그렇기에 저는 김 지사의 선별 강조가 순수한 경제 관료의 판단, 정책 기술적 태도로 보이지 않습니다. 기본소득이라는 보편주의에 맞서는 정치인으로 본인을 부각하려는 정치 셈법이 아니라고 할 수 있습니까? 경기도 기본소득을 지우고, 그 자리에 억지스럽게 김동연표 기회소득을 세우는 도정과 이번 민생회복지원금의 선별 고집이 과연 우연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같은 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안하는 것보다 선별 지급이라도 하자는 입장을 밝힌 이상, 적어도 민주당 내에서 더는 선별-보편은 쟁점이 아닐 것입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현금성 공적이전지출의 보편성과 선별성이라는 주제의 이론적, 실천적 중요성까지 사라진 것은 아닙니다. 저는 여전히 그리고 앞으로도 선별과 보편이 중요한 쟁점이라고 봅니다.

 

어려운 계층에게 더 두텁고 촘촘하게 지원하자는 선별의 논리는 코로나19 재난지원금 지급 당시부터 현재까지 재정당국과 보수세력의 논리를 토씨 하나 틀리지 않게 답습하고 있습니다. 이 논리는 휴머니즘의 외피를 쓰고 진보 진영에도 상당한 지지세를 확보하고 있습니다만, 저는 이 논리야말로 현금성 공적이전지출 반대론의 교묘한 변형일 뿐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논리가 현실에서 어떻게 적용되는지 그 실상을 봐야 합니다. 내수 경제의 부진으로 소상공인들의 줄이은 폐업과 파산이 문제가 되자, 윤석열 정부는 어려운 계층에게 두텁고 촘촘하게 지원하자며 소상공인 지원 종합대책을 발표했습니다. 그러면서 윤 대통령은 이 대책이 민생회복지원금보다 어려운 계층에게 더 도움이 된다는 논리를 붙이고, 누구 보란듯이 지원 규모까지 25조원으로 짜맞췄습니다. 그런데 막상 까보니 이 정책은 본질이 무엇이었습니까? 순수 재정 지출은 1조원 수준에, 나머지는 몽땅 대출인 맹탕 정책이었습니다.

 

반면, 말로는 어려운 계층에게 두텁게 지원하자면서 그 재원은 부자감세로 최상층 부자들에게만 엄청난 혜택을 돌려주는 일은 눈 하나 깜짝 않고 실행하고 있습니다. 윤석열 정부가 슈퍼리치 1인당 감면한 종부세만 해도 1인당 25만원의 5배에서 10배에 이를 것입니다. 선별의 논리가 두텁게 봉사하는 계층이 실제 어려운 계층인지, 부유한 계층인지 이것만 봐도 쉽게 들통납니다.

 

앵무새처럼 선별의 논리를 반복하는 정부는 정작 제대로 된 선별 시스템도 갖추지 않았습니다. 미국은 코로나19 시기 고소득자를 일률 배제하지 않고, 계단식으로 지급액이 줄어드는 방식으로 설계해서 재난지원금을 지급했습니다. 그렇기에 엄청난 공적 재정을 사용하면서도 폭넓은 국민적 동의를 확보했습니다. 그러나 코로나19 시기 선별 지급을 그렇게나 옹호했던 우리 경제 관료들은 어땠습니까? 부작용이 없는 정교한 선별 시스템을 구축하기는커녕, 설득력 있는 상위소득자 식별 시스템도 갖추지 않고 있습니다. 어려운 계층에게 두텁게 지원할 선별 시스템 자체를 만들지도 않았다는 얘기입니다.

 

이처럼 선별의 논리, 그리고 현실 정치에서의 동학은 이미 그 안에 민생회복지원금과 같은 공적이전 지출 반대론을 내포하고 있습니다. 나아가 경기와 민생 회복을 위한 재정의 적극적 역할을 포기하고 긴축 재정 옹호론으로 이어져 왔습니다. 기획재정부장관 출신으로는 드물게, 적어도 발언으로는 재정 적극주의를 옹호하는 김 지사라면 자신의 발언 안에서 선별의 논리와 재정 적극론이 충돌하는 모순을 인식해야 할 것입니다.

 

선별의 논리가 진정 어려운 계층을 위하는 목적에 충실하려면, 지급의 선별성에 집착할 것이 아니라 정상적인 조세 체계를 구축하는 데 집착해야 합니다. 그런데 저는 김 지사가 민생회복지원금 보편 지급을 반대한다는 소식은 자주 들어왔지만, 정부여당의 무차별 부자감세에 대해 어떤 비판을 해왔는지는 과문합니다. 부자들에게 250만원 감세해주는 것에 대해서는 가만히 있다가, 모두에게 25만원 지급하는 것에 대해서는 목소리를 높이는 것, 김 지사의 선별 논리가 이런 정치 현실에 봉사하고 있지는 않은지 돌아봐야 할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김 지사에게 유익할 것 같은 논문 하나를 권합니다. 2006년 토르벤 이베르센과 데이비드 소스키스라는 학자가 쓴 선거제도와 동맹의 정치: 특정 민주정이 다른 민주정보다 더 많이 분배하는 이유라는 논문입니다. 요점은 비례대표제가 잘 정착한 국가일수록, 중산층과 서민의 정치연합을 통해 재분배 수준이 높더라는 것입니다. 선거제도를 논외로 치고, 경제적 약자를 타깃팅하는 공적 지출이 중산층의 반발이라는 정치 과정을 거쳐 지출의 총량을 줄이고, 결국 더 낮은 재분배 효과로 이어진다는 분석은 선별의 논리를 재고해보기에 충분한 화두를 던집니다. 민생회복지원금을 바라보는 김 지사의 시각을 한계소비성향이라는 수학이 아니라, 중산층과 서민의 이해관계를 묶는 정치학으로 넓히는 데에도 도움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지난 코로나19 국면에서 집권여당 민주당은 결국 선별의 논리에 현실 정책에서도, 이론적으로도 굴복했었습니다. 그 결과가 정부여당의 무논리한 비난에 쉽게 전 국민 지급을 포기해야 하는 지금으로 이어진 것은 아닌지 분명한 성찰이 필요합니다. 민주당이 이번 민생회복지원금 추진에 있어서 현실적 고민이 들지 않을 수 없을 테지만, 적어도 선별의 논리마저 답습하는 같은 길을 선택해선 안 될 것입니다. 기본소득당은 끝까지 민생과 보편, 모두의 것과 모두의 몫을 위해 일하겠습니다.

 

2024912

기본소득당 당대표

용 혜 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