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처럼 추운 겨울에 생각나는 음식 중에 나는 “제물국수“를
생각하곤 한다.
1970년대 어려운 경제 여건 속에서 배불리 먹을 수 있는 음식이 있다면 그자체로도 행복하지 않을 수 없었다.
당시 최고의 먹거리 중에는 마가린에 따뜻한 밥을 비벼먹는다던지, 또는 따뜻한 밥 안에 달걀을 넣어 간장 몇방을 넣어 비벼 먹는 게 최고였던 것 같으며, 항상 기웃거리던 동네 어귀에 있던 떡볶이 집, 이야말로 입의 호사를 누릴수 있었던 최고의 외식 아이템이 아니었나 기억된다.
지금 자라나는 청소년에게는 언감생신 의 음식 이며 당연히
입맛에도 맞지 않을 것이다. 지천에 널린 것이 음식이며 그
다양성이 얼마나 많은가...
춥고 배고프던 시절에 제 양의 두 배를 만들어내는 제물국수는
나의 어린 시절의 회상이 아닌가 싶다.
“제물” 은 따로 국물을 넣지 않고 제 몸에서 스스로 생기거나 또는 물을 넣고 음식을 익힐 때에 처음 넣는 물을 말한다.
요즘은 국수면 을 끓는 물에 삶아 찬물에 헹구어 꼬들꼬들 하게 먹는 것이 그 맛의 일품으로 치는데 당시에는 허기진
배를 채우는 데에는 이만한 먹거리가 없었다.
팅팅 불어 마치 죽과 같은 모양의 제물국수는 처음 접하는 이에게는 “이게 무슨 맛이야? “ 하고 의아해 할수도 있지만
사실 “제물국수”의 참맛은 바로 밀가루와 함께 주 재료로 들어간 내용물의 껄쭉해진 “불은 맛” 이 아닐까 싶다.
또한 겨울의 김장김치가 익어 갈쯤 맛보는 “김치 제물국수” 는 그야말로 별미 중 별미일 것이다.
경기도 고양시의 향토음식 중 “털래기” 란 국수가 있는데 미꾸라지와 여러 가지 채소 양념 등을 한번 에 털어 넣어
끓여 “털래기” 라고 하는데 이 음식은 내가 생각건대 경기도
의 향토음식의 하나인 “제물국수”에서 좀 더 진일보한 요리
가 아닐까 생각한다.
온통 주위에 먹거리 천지인 요즘 같은 시대에
국수집이 아직 있는 건 우리가 먹던 그 맛이 기억 속에 남아 있기 때문이라 생각되며 추억의 “제물국수“도 국수집에서
함께 맛 볼수 있었으면 하는 바램 이다.
김남수 교수는...
청운대학교 호텔경영학과 겸임교수
검단 직업능력개발학원 책임교수
한국외식조리협회 사무총장
등을 역임하고 있다.